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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를 떠난 도심 속 가드너, 지렁이 총각





“할머니께서는 마당 한켠에 이런 저런 나무며 꽃을 키우셨습니다.
저는 할머니께서 가꾸시던 그 정원이 싫지 않았어요. 사실은 썩 마음에 들었답니다.”


- 지렁이 총각(www.organoponico.co.kr)이라는 온라인 가드닝숍을 운영중인 임규형씨.



온라인 가드닝숍, 지렁이 총각을 운영하는 임규형씨는 몇 해 전만해도 전국을 다니며 지역, 사람, 아웃도어 활동 등을 취재하던 아웃도어 전문 기자였다. 그 때는 호기심 많고 의욕 넘치는 열혈 기자로 몸을 사리지 않고 20대의 넘치는 에너지를 맘껏 발휘하던 때였다. 그런 그가 어찌 보면 아웃도어와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가드닝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가 가드닝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 아웃도어를 그만 둔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가드닝 시장은 지금의 아웃도어 시장만큼 성장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난 뒤였다.

 

- 2012년 미국 콜라라도 베일에서 열린 테바 마운틴 게임 취재 당시.


- 임기자가 달린다. 승마 체험 취재 당시.


- 태안 해변길의 백패킹(왼쪽), 코리아 트래블 부여 편(오른쪽) 취재 당시 모습.



그는 곧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평소 관심 있었던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약 2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작은 마당이 달린 집에서 10대를 보냈는데, 함께 살고 계셨던 할머니께서는 식물을 좋아하셔서 마당에 이런 저런 나무며 꽃을 키우셨다. 대부분의 10대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그도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집 밖으로 돌아다니길 좋아했다. 그렇게 밖으로만 돌며 집에 있는 걸 싫어했던 그도 할머니께서 가꾸시는 정원만큼은 싫지 않았다. 사실 아주 마음에 들어 봄이나 가을이 되면 할머니와 함께 가끔 화훼시장에 들리기도 했다.





20대 후반이 되어 우연히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에 들린 적이 있었다. 어릴 땐 너무 무거워서 어른들이 집으로 날라주던 큰 나무며 화분도 이제는 직접 들고 올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또 긴 시간이 지났다. 달라진 눈높이만큼 시장도 새로운 풍경으로 보여야 할 텐데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넓지만 지나치게 평행적인 공간에 늘어선 비슷비슷한 화훼상들은 그가 찾는 식물을 고르기 위해 너무나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허브를 구하기 위해선 상인들에게 물어물어 골목 깊은 곳의 가게를 찾아야 했고, 선인장이나 꽃나무 등 인기품종을 찾는 것은 쉬웠지만 어느 집의 가격이 더 저렴한지, 상인이 부르는 가격이 정말 정직한 가격인지도 알 수 없었다.


- 친환경 분변토와 싱그러운 허브를 이용한 정원 꾸미기.



식물을 사고 나면 어울리는 화분을 구하기 위해 드넓은 화훼시장의 반대편으로 가로질러 걸어가야 했으며, 분갈이를 위한 흙을 사려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꽃을 찾는 이들이 필요한 물건을 한 곳에서 구할 수 있는 화훼시장은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많은 점포가 모인 만큼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가 떠올린 이런 경험들은 온라인 가드닝 숍, 지렁이 총각에 대한 모티브가 되었다.


- 아웃도어를 떠나 정원을 꾸미기도 하고, 이젠 텃밭을 일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일을 벌인 뒤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 처음 벌여놓은 몇 가지 일들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일이 많아져 같이 일 할 사람을 겨우 겨우 찾아 사무실에 자리를 마련했다. 아웃도어 기자로 일 할 당시 동료 기자였던 김정화 기자가 아웃도어를 그만 둔 소식을 듣고 어렵게 모셔온 것이다. 현재 사무실 자리는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 시골 중에 시골이다. 그런 곳에 젊디 젊은 여직원을 끌어들였으니 모셔야 하는 건 당연하다.


-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 준비 중.



정리는 안 되고 불어나기만 하던 일들이 차츰 정리돼가기 시작했다. 여유를 맛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금 흘린 땀은 반드시 보상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다.

지렁이 총각의 최우선 목표는 ‘온라인에서 만나는 화훼시장’이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삼아 화훼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방문해주신 분들에게 최대한 많은 상품을 보여주고 경제적인 가격으로 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많은 이벤트와 새로운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렁이 총각네.



그는 고객들이 어떻게 보다 쉽게 가드닝에 접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국내의 기존 원예 유통 브랜드들은 특정 자재나 종자와 같은 전문분야에 특화된 형태를 띠지만 대부분 전문 농가를 위한 상품을 도시의 가드너에게 판매하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특정한 전문 자재로 차별화하기 보다는 실제 고객들의 '가드닝 활동'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식물','화분','자재'의 기본적인 세 가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도시 생활환경에 적합한 화분과 자재를 큐레이션해 식물과 함께 배송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특정한 브랜드를 따라가기 보다는 '고객'에게 필요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에어플랜트'라는 식물이 있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고 공기중의 수분과 자연적인 빛만 가지고 살 수 있는 식물이다. 그는 에어플랜트와 소형 피규어를 가지고 테라리움을(테이블 위의 정원) 만들기 시작했다.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위나 공부방 한켠에 놓아도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는 상품이다. 손을 덜 타은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이용한 테라리움도 만들었다. '꽃사슴 같은 너'라는 이름을 붙인 테라리움은 지난 3월 화이트 데이 전날 100여개가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 다육식물과 피규어를 이용한 테라리움.



지렁이 총각의 주 고객층은 98%가 40~50대의 여성고객이다. 특이하게도 20~30대의 경우 남성고객이 30%이상을 차지한다. 관심 분야도 다양해 전통적인 화분에 심는 꽃이나 관목, 작물 재배, 식용허브, 인테리어에 가까운 테라리움 제품까지 관심사에 두고 있다. 그는 이들에게 누군가 식물과 가드닝에 대해 제대로 알려줄 수만 있다면 즐거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NS나 웹진인 allotment(얼롯먼트)를 운영하는 것도 20~30대 고객을 유치하고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의 꿈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커뮤니티 가든을 만드는 것이다. 회색빛 도시 속 건물의 옥상에 떠있는 커다란 농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그곳은 시민들이 놀러와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가드닝에 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구심점이 될 것이다.





지렁이 총각이 추천하는 가드닝 웨어

[영메이븐 - 원 스트라이프 티]


“영메이븐 원스트라이프 티는 상당히 두꺼운 질감이라 남성 취향에 가깝죠. 통풍이 잘되는데 두께감은 남자인 저한테 기분 좋은 정도고요. 가드닝이나 험한 일을 할 때는 내구성 면에서 믿음이 가니까 안심하고 입을 수 있습니다. 통풍이 정말 잘 돼서 긴팔인데도 쿨 토시처럼 입을 수 있어요. 야외 활동이 많아 자외선노출이 신경 쓰이는 제겐 잘 맞는 옷이지요.”



[선데이 애프터눈즈 - 오레곤 클라우드버스트 레인 햇]


“챙이 큰 모자는 보통 해는 많이 가려주지만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작은 바람에도 쉽게 뒤집혀 행동을 방해하거든요. 근데 이건 목끈이 아주 단단히 고정시켜주고 뒤쪽 챙이 흘러내리면서 접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좋아요. 해가 강할 땐 피부를 완전히 보호해주고 비가 올 때는 방수 재질이라서 등이나 옷이 젖는 걸 막아 주거든요. 소나기가 종종 오는 늦봄 초여름엔 해도 가리고 비도 막아주니 텃밭 가꿀 땐 안성맞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