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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저 너른 세계로" 이상민 유다현 부부



행복 찾아 세계여행 떠나는 이상민 유다현 부부






홍대 근처 여행자 카페에서 만난 이상민 유다현 부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세계여행을 그들 역시 꿈꿨고, 지금은 세계여행 중이다.



결혼 2년 차 부부. 사랑하고 행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때이자 사회생활에 정신이 없을 때이기도 하다. 이 둘은 제로-썸 게임을 하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 선택의 순간, 많은 이들은 행복을 ‘언젠가’로 미루고 사회생활을 선택한다. ‘현실’이라고 하면서. 이상민 유다현 부부는 망설임 없이 행복을 누리기로 했다. 곧 떠나는 세계일주 여행은 그 행복을 찾는 혹은 만드는 과정이다. 이들은 10월 10일 출국해 480일 동안 51개 나라를 돌아 2019년 1월에 귀국할 예정이다. 추석 연휴 직전 이들 부부를 만났다.

***

UINTER : 안녕하세요. 무지 설레실 것 같은데, 우선 세계일주를 앞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상민(이하 상민) : 여행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 여행 중이기도 해요. 세계일주는 연휴가 끝나는 10월 초에 떠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있거든요. 어제 군산에서 올라왔어요.

UINTER : 국내여행은 코스가 어떻게 되나요?

유다현(이하 다현) : 그냥 가보고 싶었던 곳을 돌아보는 식이었어요. 안동으로 갔다가 경주, 거제, 통영, 남해, 순천, 광주, 군산을 지나왔네요. 이게 1차 여행이었고요, 연휴 기간에는 2차 여행으로 제주를 가요. 제주에서는 관광지를 쭉 돌진 않고요, 사람 만나러 가는 거에요. 예전에 제주 여행에서 만난 분들이 있거든요. 저희 (세계일주) 가기 전에 한 번 보기로 했어요.

UINTER : 그럼 세계일주 준비는 다 되신 건가요?

다현 : 네, 거의 다 된 거 같아요.

상민 :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UINTER : 그렇게나 오래요? 그럼 준비는 다 끝난 건가요?

상민 : 가장 큰 준비는 돈 아니겠어요?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모았습니다. (웃음)

다현 : 8월 말에 함께 퇴사를 했는데요, 시기적으로 제가 있었던 곳이 8월에 조금 여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회사와 얘기를 잘 마치고 준비를 집중적으로 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엑셀로 표 만들고 셀에 빨간색 칠하면서... 정말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퇴사한 다음 날 국립의료원 가서 예방접종 두 방씩 맞았네요. 실제로 이제 어지간한 준비는 다 끝났어요.


세계여행에 대한 꿈과 과정, 시작을 앞둔 지금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이상민 유다현 부부.



UINTER : 그럼 시간을 좀 거슬러서, 여행을 결심하던 순간으로 가볼까요? 부부의 세계일주 여행.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실제로 다녀오신 분들도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먹은 순간부터 결정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다현 : 결혼하면 신랑이랑 세계일주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가 4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요,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니진 못했어요. 그런데 만나면서 ‘같이 여행 다니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혼자서도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 좋았던 경험을 아무리 사진으로 찍고 글로 써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같이 아예 여행을 같이 다니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신랑이 청혼했을 때 ‘세계일주 같이 가자’고 대답했어요.

상민 : 그때는 진짜로 갈 줄 몰랐어요.

다현 : 아! 그런 거였어? (웃음) 근데 이 사람이 빈말을 못해요. 말한 건 지켜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UINTER : ‘언젠가 세계여행 떠나자’에서 ‘적금부터 시작하자’ 바뀐 계기가 궁금합니다.

상민 : 결혼하고서도 가끔 이야기를 하길래 ‘세계 여행을 진짜 가자는 거구나’ 싶었어요. 갈 줄 몰랐지만 약속을 했으니 가겠다고 했죠. 갈 거면 빨리 가는 것도 좋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다현 : 그 후로 2년 동안 제가 버는 걸로 생활을 하고 남편이 버는 건 고스란히 모았어요.

UINTER : 퇴사 이후 지금까지 준비를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했는데, 국내 여행을 다니셨군요.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요?

다현 : 단양이 참 좋았어요. 작고 단아한 도시였어요. 단양에도 한옥마을이 있던데,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유명한 랜드마크나 맛집보다 도시 분위기가 좋은 곳을 좋아해요. 단양은 해외에 머무는 동안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상민 : 저는 경주요. 고향이 포항인데, 소풍을 늘 경주로 갔거든요. 어렸을 땐 좋은 줄 몰랐죠. 어른이 되고 나니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참 좋더군요. 아, 저희는 평일에 갔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신랑이 청혼할 때 분명히 제가 세계여행 같이 가자고 했어요." "진짜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웃음)"


프로포즈를 위한 훗카이도 여행. 2박3일 내내 투닥거리다 마지막날 프로프즈 받고 울었다고. 아, 물론 세계여행 다짐도 받고. (사진제공 이상민 유다현)



UINTER : 자 그럼 이야기를 해외여행으로 옮겨 보죠.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가 반이라고 하잖아요. 준비하시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는 어디였나요?

다현 : 마다가스카르요.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의 바오밥나무, 그걸 꼭 제 눈으로 보고 싶어요. 신랑은 독일을 제일 좋아할 거예요. 독일 관련된 거면 무조건 다 좋아해요.

상민 : ‘독일’ 하면 왠지 좀 믿을 수 있고 뭔가 좋지 않아요?(웃음) 축구도 뭔가 독일스럽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고….

다현 : 게임도 ‘대항해시대’를 제일 좋아했어요. (웃음) 그냥 제 느낌이긴 한데, 남편이랑 독일의 그 되게 건조하고 딱딱한 빵 있잖아요, 그 빵이랑 이미지가 좀 비슷하지 않아요?(웃음)

상민 : 전쟁 때 베개로도 쓰고 식량으로도 썼다던 그 빵?

다현 : 맞어 맞어. 사실 겉으로 티를 잘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여행을 결정하고 준비하던 2년 동안도 막 설레거나 막 기대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조금 변화가 느껴지긴 합니다. 우리 여행을 기대하고 있구나 하는.

상민 : 내가 얼마나 기대해왔는데….

UINTER : 아, 네. 알겠습니다. 세계여행을 학수고대 해오신 걸로…. 도시도 도시지만 특별히 애정하는 테마도 있을 것 같은데요.

상민 : 저는 작은 공방이나 오래된 책방, 오랜 도서관, 예술인 거리 이런 곳을 좋아해요. 테마라기보다는 어떤 분위기 같은 건데요, 사람들의 생활과 습관이 쌓여 있는 느낌이 좋아요.

다현 : 저도 비슷한 느낌인데, 저는 장소에요. 오래된 골목만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울퉁불퉁하고 이리 굽고 저리 굽은 골목을 보는 것도 좋고 이리로 저리로 천천히 다니면서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는 것도 좋아해요.


누군가의 꿈 혹은 누군가의 현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같지만은 않았다. 때론 다른 생각이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 듯.



UINTER : 여행 준비로 목공예와 가죽공예를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전공도 그쪽이신가요?

다현 : 아니에요. 저는 도예를 전공했고, 신랑은 특수분장을 전공했어요. 둘 다 손을 섬세하게 쓰는 일이잖아요. 그런 걸 좋아하는 거죠. 그런데 게임업체의 그래픽 디자인이란 손을 많이 쓰지만 섬세하기 쓰는 대신 혹사시키죠. 예전의 그 손 놀리는 느낌, 손맛이랄까요, 그런 게 그리웠나 봐요.

상민 : 둘 다 성향이 그러다 보니까 유명한 대도시보다는 작은 소도시 위주로 일정을 짜게 되더라고요. 재래시장이 있으면 꼭 들를 생각이에요. 그런 점에서는 취향이 같아서 편하고 좋아요.

다현 : 조금 특이한 건, 이번 여행에서 사막을 꼭 보고 싶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봐온 자연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서 그런지 꼭 보고 싶더라고요.

UINTER : 손재주가 뛰어나신 분들은 늘 부럽습니다. 혹시 그 손재주를 활용해 준비하신 여행소품이나 준비물이 있나요?

상민 : 그림을 좀 그리려고 작은 수첩 같은 스케치북을 샀어요. 마음에 드는 풍경이 나오면 사진도 찍겠지만, 잠시 머물며 그림을 그려보는 거죠. 잘 그려서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거에요.

다현 :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눌 뭔가를 준비하고 싶은데 자주 뭔가를 구할 형편은 아니라서 스탬프를 팠어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나 나무 같은 것에 도장을 찍어주면 기념이 될 테니까요.

UINTER : 일단 480일에 걸쳐 51개 나라를 둘러보신다고요, 부럽습니다. 근데 동선을 살펴보니 중국과 미국, 러시아가 빠져있더라고요. 물론 세계는 넓고 나라는 많으니까 가는 나라보다 못 가는 나라가 더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미국과 러시아가 빠진 건 좀 의외였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현 : 중국과 몽골은 저희가 잡은 동선과 일정상 여행 제일 마지막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때에 맞추서 비자를 받기가 조금 애매했고요, 오는 경로도 중국보다는 차마고도 지나 네팔 쪽으로 해서 오고 싶었어요.

상민 : 러시아랑 미국은 워낙에 큰 나라잖아요. 그래서 아예 뺐어요. 다음에 단독 여행으로 가려고요. 조금 오래 머물면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더라고요.

UINTER : 아하, 그렇게 깊은 뜻이. 세계일주를 1년 넘게 다녀와서 그 후에 가실 여행까지 염두에 두셨군요. (웃음) 멋집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도 좀 하시나요?

다현 : 당연하죠. 뉴질랜드에서는 캠퍼밴 빌려서 돌아다닐 예정이고요, 호주에서는 서핑을 할 생각이에요. 호주 동쪽 해안에 바이런베이(Byron Bay)라는 작은 도시가 있어요. 브리즈번 바로 밑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속초 같은 도시인데요, 호주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서핑을 하기에도 아주 좋아서 그 도시에 좀 머물 예정입니다. 트레킹도 할 거고요. 아, 신랑은 스카이다이빙을 꼭 해보겠다고….

상민 : 텐덤요, 텐덤.(웃음)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하죠. 텐덤은 전문가가 뒤에 있으니까 괜찮잖아요. 겁이 날 뿐이지 위험에 대한 부담은 없잖아요. 그러면 한 번 해봐야죠.

다현 : 영어 공부도 좀 해야 해서 호주에서는 두세 달 정도 머물 거예요.


보기만 해도 설레고 흥분되는 저 창 밖 풍경은 오래 꿈꾸고 준비한 자의 몫.


여행 카페 정원에서 세계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폭소를 터뜨리는 커플.



UINTER : 인스타그램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봤어요. ‘산타클로스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 산타가 되는 거, 그게 인생’이란 글.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압축적이면서도 정확하고.

다현 : '언어의 온도'에 나와요. 이기주 작가의 책요. 여행하다 보면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잘 읽히는 수필집을 좋아해요.

UINTER : 몇 권 추천해주시죠. 책이든 작가든.

다현 : 말씀드린 이기주 작가의 책도 좋아하고요, 김민철 작가의 ‘모든 요일 시리즈’도 좋아해요.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까지 나왔어요. 여행 사진집 중에는 '스페인 필름'을 좋아해요. 독립출판물인데 시리즈로 나와요. 아마 2권까지 나왔을 거에요.

UINTER : 이번 여행을 책임질 장비 중에 미스테리 랜치 스테인62가 눈에 띕니다. 미스테리 랜치는 어떻게 아셨나요? 이 배낭으로 정한 이유는요?

다현 : 사실 여러 배낭을 고려했어요. 매장에 가서 직접 보고 매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뭔가 아쉬웠어요. 그러다 신랑이 자료조사 끝에 미스테리 랜치를 알고 추천해줬죠. 일단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고, 매장에서 등에 걸친 순간 저한테 딱 업히는 느낌이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상민 : 제가 본 배낭 중에 가장 ‘간지’가 넘쳤어요. 마음에 들어야 계속 쓰고 싶고 애정도 생기고 하잖아요. 배낭은 우리 여행의 가장 중요한 장비이자 지나고 나면 가장 추억이 많이 밴 장비일 거에요.

UINTER : 여행에 집중하고 여행을 즐기려면 장비가 좋아야 하는 법이죠. 지금 쓰시는 힙몽키는 어떤가요?

상민 : 완전 만족해요. 구조가 작은 공간이 여럿이 아니라 통짜로 큰 공간이 하나잖아요. 그래서 여행에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소품들을 넣어봤는데 다 들어가요. 아이패드까지 들어가니까 말 다했죠.

UINTER : 자, 마지막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을 텐데요,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다현 : 여행을 좋아하고 준비도 한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저희가 뭐라고 말씀드리긴 좀 조심스러워요.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좀 할 말이 생기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그들은 우리를 슬쩍 돌아보고는 쿨하게 손 한 번 흔들어주고 떠났다.




***
이상민 유다현 부부를 만난 건 홍대 근처의 한 여행카페였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유명한 커피전문점의 체인점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한 곳밖에 없는 카페, 그래서 큰 길에서 골목을 여럿 끼고 돌아 ‘어디지?’ 싶을 때쯤 만나는 카페.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이 찍은 사진과 여러 나라의 명물을 표현한 자석들이 즐비한 카페를 커플은 한참 돌아봤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비행기 창문 모양의 인테리어가 된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커플은 오래된 골목을 돌아 그들의 다음 여행지로 떠났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금 그들은 여름에 가까워지는 호주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